[창작소설]사랑의 나무

 

 

마을에 아주 큰 고목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언젠지조차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그 자리에 서 마을사람들을 지켜봤다. 마을 사람들은 그 나무를 사랑님이라 불렀다. 봄이면 활짝 핀 꽃처럼 향기로웠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었으며, 가을엔 맛있는 열매를 내다 주기도 했기에 사랑이란 말로도 표현이 다 되지 않았다. 그리고 시련의 계절 겨울이 왔다.
 
이번 겨울은 여느 겨울과 달랐다.평소보다 바람이 너무나도 거셌고 생각지도 못한 폭설도 내렸으며 모든 것들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마을사람들이 갑자기 불평을 하나 둘 터뜨린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평의 대상은 결국 고목나무 사랑님꼐 꽂혔다. 평소처럼 사랑님이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랑님. 이게 어찌 된 겁니까? 왜 이렇게 큰 시련이 우리에게 오는 겁니까?"
 
그러자 사랑님은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은 당연한 거야. 겨울은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지. 조금 더 견뎌내자. 곧 봄이 올 거야."
 
하지만 마을사람들의 입장은 달랐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혹독한 겨울이었기 때문에 견딜수가 없었던 것이다.
 
"못 버팁니다. 이러다가 다 죽습니다. 모아둔 장작도 이제 전부 동이 날 지경입니다. 빨리 해결책을 주십시오."
 
곰곰이 생각하던 사랑님은 미소를 띤 채 다시 말했다.
 
"내 가지를 잘라가렴. 내 너희에겐 언제든지 도움이 되고 싶구나."
 
"감사합니다. 사랑님. 역시 사랑님은 해결책을 주실줄 알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은 톱이며 칼이며 꺼내 들어 사랑님의 나뭇가지를 잘라갔다. 어마어마하게 큰 고목나무의 나뭇가지만으로도 충분히 겨울을 날만큼 장작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랑님은 너무 아팠다. 너무나도 아팠지만 그들에게 힘이 된다면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소중한 나의 자식들이니까.
 
하지만 이번 겨울은 끝날줄 몰랐다. 바람은 더욱더 세찼으며 폭설은 그칠 줄 몰랐고 온 세상이 더욱 더얼어갔다. 사랑님께 얻어온 나뭇가지는 어느새 동이 나버렸다. 마을사람들은 달콤한 나뭇가지의 따뜻함을 잊을 수 없어 당당하게 고목나무 사랑님을 찾아갔다.
 
"사랑님. 내놓으시죠."
 
한참 의아해하던 사랑님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이 답했다.
 
"날 베거라. 내 너희에겐 언제든지 도움이 되고 싶구나."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마을사람들은 말과는 달리 이미 사랑님을 베면서 의아한 듯이 물었다.
 
"난 너희들을 위해 존재한다. 너희가 없다면 나도 의미가 없단다. 일단 살아야 하지 않겠니? 내 걱정을 하지 말거라."
 
 
시간이 흐르고 마을엔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다시 찾아왔다. 마을사람들은 사랑님의 사랑 덕분에 길고 괴롭고 힘든 겨울을 버텨냈다. 감사한 마음에 고목나무 사랑님을 찾아갔다.
 
"사랑님! 감사합니다. 사랑님의 사랑 덕분에 우리들이 힘든 겨울을 버텨냈습니다."
 
하지만 사랑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자신의 몸을 내어준 덕에 이제는 그루터기만 남아 말을 할수 있는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은 웃으며 그루터기 주위에 모여서 기도를 했다. 이제 그들은 앞으로 다가 올 겨울은 미리 대비할 생각과 능력이 생겼을 것이다. 사랑님은 그것이면 족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준 고목나무 사랑님은 그들에게 들리지 않는 말을 힘겹게 했다.
 
 - 얘들아 내게 남은 건 그루터기 밑동밖에 없어서 너희에게 향기를 줄수도 그늘을 줄수도 열매를 줄수도 없구나. 하지만 내 너희에게 걷다가 힘든 다리를 쉬게 해 줄 의자는 될 수 있겠구나. 그러니 자주 들러 다오.

 

해당 소설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다음 창작시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