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개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설명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는 국화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인간의 삶과 성장에 비유한 작품으로, 1955년 '서정주 시선'에 실린 시이다. 이 시는 국화꽃이 피기까지의 시간과 노력,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인내를 담고 있으며, 자연의 변화와 생명의 성장을 통해 인간의 삶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시 감상이 시는 정말 유명한 시이고, 많은 사람들에 사랑하는 시이기도 하다...
시 소개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
시 소개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설명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는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물의 신 케피소스와 님프 레리오페의 아들인 나르시스는 미청년으로 물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의 아름다움에 홀려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결국 물에 빠져 죽어서 수선화로 피어..
시 소개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 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쩌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시 소개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설명 박목월 시인의 청노루는 1946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비교적 그의 초기시에 속한다. 현실과 단절된 이상적 세계의 그윽한 평화와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어의 선택과 배열이 매우 절제되어 있으며, 간결한 언어와 민요적 리듬 속에 이상화된 전원 세계를 담고 있다. '청노루', '청운사', '자하산' 등의 시어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환상적인 자연물로, '마음의 자연'이라는 환상적인 자연물을 창조하고 있다. 특히나 '청노루'의 삶과 같은 경지는 시적 자아가 현실을 떠나 은거하는 생활을 추구하는 이상 세계로, 깨끗하고 순수한 자연미를 표현하는 탈속한 색채를 지니고..
시 소개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낯선 소년이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다. 밤 열한 시 반, 통금에 쫓기는 군상 속에서 죄 없이 크고 맑기만 한 그 소년의 눈동자와 내 도시락 보자기가 비에 젖고 있었다. 국민학교를 갓 나왔을까. 새로 사 신은 운동환 벗어 품고 그 소년의 등허리선 먼 길 떠나온 고구마가 흙 묻은 얼굴들을 맞부비며 저희끼리 비에 젖고 있었다. 충청북도 보은 속리산, 아니면 전라남도 해남땅 어촌 말씨였을까. 나는 가로수 하나를 걷다 되돌아섰다. 그러나 노동자의 홍수 속에 묻혀 그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 눈녹이 바람이 부는 질척질척한 겨울날, 종묘 담을 끼고 돌다가 나는 보았어. 그의 누나였을까. 부은 한쪽 눈의 창녀가 양지쪽 기대 앉아 속내의 바람으로, 때 묻은..
시 소개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설명 이 시는 미래의 시점을 가정하여 화자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가진 것은 탄식과 질투뿐이었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
시 소개 황톳길에 선연한 핏자욱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두 손엔 철삿줄 뜨거운 해가 땀과 눈물과 모밀밭을 태우는 총부리 칼날 아래 더위 속으로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밤마다 오포산에 불이 오를 때 울타리 탱자도 서슬 푸른 속니파리 뻗시디 뻗신 성장처럼 억세인 황토에 대낮 빛나던 그날 그날의 만세라도 부르랴 노래라도 부르랴 대숲에 대가 성긴 동그만 화당골 우물마다 십년마다 피가 솟아도 아아 척박한 식민지에 태어나 총칼 아래 쓰러져간 나의 애비야 어이 죽순에 괴는 물방울 수정처럼 맑은 오월을 모르리 모르리마는 작은 꼬막마저 아사하는 길고 잔인한 여름 하늘도 없는 폭정의 뜨거운 여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