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永遠)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설명
신동엽 시인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는 치열한 현실 의식과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 1960년대를 대표하는 참여 시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 시는 억압적인 현실에 대응하는 화자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그리고 시대적 상황과 관련하여 시인이 나타내고자 한 시적 의미가 무엇 일지를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면, 동학 혁명과 3.1 독립운동, 4.19 혁명 때 잠깐 맑은 하늘이 빛났었으나, 백성들은 한 번도 맑은 하늘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한다. 즉, 역사 속에서 민중들이 자유와 평화를 얻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현실은 억압적이고 불평등하다는 것을 비판하고 있으며 이것을 단정적 어조로 강한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직설적으로 현실을 전달하고 있다.
시 감상
시를 보면 일부러 툭툭 끊어서 풀어냈다. 한 문장을 한 줄에 적어도 될법한데 '굳이 이 정도로 끊어 쓸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한 문장을 여러 줄로 나눠놨는데, 아무래도 이를 통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뭔가 더 집중을 시키면서 결연한 의지가 드러나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시를 읽으면서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한번 다시 보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우리에게 지금 당연한 듯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만들어졌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당연한 하늘이 그들은 당연한 먹구름으로 알고 살았다면, 그 먹구름을 걷어내고 진정한 하늘을 볼 때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시는 순수 시 자체고 감상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 시는 시가 쓰인 배경을 한번 알고 보는 걸 두 추천하며 특히나 앞으로의 세대에 빛이 될 어린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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