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김지하 - 황톳길

김지하 - 황톳길

시 소개

황톳길에 선연한

핏자욱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었고

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 곳

두 손엔 철삿줄

뜨거운 해가

땀과 눈물과 모밀밭을 태우는

총부리 칼날 아래 더위 속으로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

 

밤마다 오포산에 불이 오를 때

울타리 탱자도 서슬 푸른 속니파리

뻗시디 뻗신 성장처럼 억세인

황토에 대낮 빛나던 그날

그날의 만세라도 부르랴

노래라도 부르랴 ​

 

대숲에 대가 성긴 동그만 화당골

우물마다 십년마다 피가 솟아도

아아 척박한 식민지에 태어나

총칼 아래 쓰러져간 나의 애비야

어이 죽순에 괴는 물방울

수정처럼 맑은 오월을 모르리 모르리마는

 

작은 꼬막마저 아사하는

길고 잔인한 여름

하늘도 없는 폭정의 뜨거운 여름이었다

끝끝내

조국의 모든 세월은 황톳길은

우리들의 희망은 ​

 

낡은 짝배들 햇볕에 바스라진

뻘길을 지나면 다시 모밀밭

희디흰 고랑 너머

청천 드높은 하늘에 갈리던

아아 그날의 만세는 십년을 지나

철삿줄 파고드는 살결에 숨결 속에

너의 목소리를 느끼며 흐느끼며

나는 간다 애비야

네가 죽은 곳

부줏머리 갯가에 숭어가 뛸 때

가마니 속에서 네가 죽은 곳.

 

 

 

설명

김지하의 시 황톳길은 1970년대 대한민국의 역사적 현실과 민중의 삶을 바탕으로 쓰인 시이다. 시의 화자는 황톳길을 따라가며,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곳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식민지 시대와 전쟁, 독재 정권 등의 역사적 현실 속에서 고통받은 민중의 삶을 떠올리며, 그들의 희생과 투쟁을 기억하고 있다. 붉은 흙의 황톳길은 척박한 식민지의 땅과 그 땅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온 참혹한 민중의 삶을 상징하고 역사적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민중의 희생과 투쟁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시 감상

①강렬한 이미지 : '핏자욱', '검고 해만 타는 곳', '철삿줄', '총부리 칼날' 등 강렬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억압받는 현실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②반복과 대조 : '나는 간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억압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황톳길'과 '붉게 달아오르는 아궁이 돌멩이'를 대조하며 암울한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드러내보인다.

 

③민요적 리듬 : 민요적 리듬을 사용하여 시의 서정성을 높이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황톳길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싸우는 민중의 의지를 보여주는 시로써 시인은 애비의 죽음을 통해 일제의 폭력과 억압을 고발하고, 황톳길을 따라 걸으며 억압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것이 느껴진다. 또한, '붉게 달아오르는 아궁이 돌멩이'와 '어머니 얼굴'을 통해 희망의 상징을 제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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