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서정주 - 자화상

서정주 - 자화상

시 소개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믈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설명

시인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가난한 삶을 솔직하게 표현했으며 자조적인 표현과 강인한 생명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특징적인 표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1연의 '아비는 종이 었다.'라는 강렬한 표현으로 시를 시작했는데 이 한 문장을 통해 어린 시절의 가난하고 불안정한 삶을 드러냈다. 그리고 2연에서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에서 가난한 삶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으며, 또 2연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으련다.'라는 강력한 선언을 통해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당당하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라는 의지가 담겨있다.

 

시가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암울하지만 어조가 확실하며 단정적인것으로 봐서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가 보인다.

 

시 감상

시작이 충격적이긴 하다. '애비는 종이 었다'가 아주 강렬하다. 당시 시대상이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보통 자신의 아버지를 아비라고 부르고 종이라고 간단명료하게 털어놨다는 것은 아버지와의 사이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거기다가 자신은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는 걸 봐서 이것은 추측이 아니라 사실로 보인다. 그리고 어머니도 에미로 표현한 걸로 봐서는... 굳이 자신의 부모를 낮출 필요가 있을까? 싶다.

 

타고난 신분으로 힘든 삶을 살아온것을 참 정성스레 써 내려간다.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묘사가 기가 막힌다. 자신을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또 말해놨다. 부모의 영향이 거의 없었고 방치당했다고 말하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잘 컸다고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겠다고 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화자의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고 느껴진다.

 

솔직히 이 시는 2연까지 끝이 난 시이다. 마지막 3연은 솔직히 별책부록? 부연설명? TMI 정도 밖에 안된다. 그래서 내가 볼 때는 가치가 없다. 3연을 굳이 써 내려감으로써 나는 구차함을 보게 되었다. 뭐라 말할까? 애써 자신의 더 포장하고 억지로 끝을낸다랄까?

 

의미 없다.

 

시를 읽고 오랜만에 불쾌감이 들었다.

 

아주 어릴 때 철이 없을 때 나는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오시는 아버지를 친구들과 함께 보고 부끄러워서 모른 척한 적이 있다. 그때 그 순간이 나는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나도 부끄럽고 후회되며 죄스럽다. 그렇다면 시의 화자는 저 시를 쓰고 후회했을까??? 알 수 없다. 저렇게 신세한탄을 하고 본인만은 오롯이 대단한 사람처럼 표현한 것에서 아주 큰 불쾌감이 오나 보다.

 

 

시 감상은 오로지 나 자신이 느낀 것을 말하는 것일 뿐이니, 타인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 인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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