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와 관련된 이야기
현대 문학계의 거성이라고도 불리는 천상병 시인이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누명 받아 고문을 받은 당시에 쓴 시로 천상병시인의 대표작이자 현대 문학 시의 대표 시이기도 하다. 귀천이라는 제목은 말 그대로 하늘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소풍 온 속세를 떠나 하늘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담아낸 시이다.
제목과 내용 때문에 장례식장 광고에 자주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노래를 한다는 장사익 선생께서 귀천이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하니 링크 걸어놓을 테니 시간 되시는 분들은 눈감고 한번 차분하게 들어보시는 걸 추천한다.
시라는 것은 내 생각과 상황, 가치관 등 나의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표현이 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함축적이고 집약적이면서 요약적인 탓에 글은 쓴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을 읽는 사람은 다르게 해석도 가능하기에 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풀이해 보는 귀천이라는 시는 상황적으로 보면 천상병 시인이 갖은 고문에 고통을 당하며 '아, 이제 죽겠구나.'라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자제시키고 어차피 누구나 왔다 가는 소풍장소인 이곳. 나는 내가 존재하는 곳이 따로 있고 여긴 잠깐 왔다 가는 것이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순수하게 시를 읽은 나의 상황적 감상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와 이어지는 표현들에서 느껴지는 게 고향이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다. 나는 고향을 떠나 10년 넘게 타지생활을 혼자 하고 있고 언젠가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내 고향 진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 같이 모여 "나 혼자서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다."라고 웃으면서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하늘에 닿을 수 없어 땅에 있지만 타지생활 끝내고 그리운 곳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결국 지난 일들은 전부 다 추억이 되고 가슴속에 담기는 기억들이 되지 않을까? 그때를 기다려본다.그렇기에 지금 더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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