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흰 털

흰 털

 

 

 

하나 둘 늘어가는

흰머리는 짐작이야 했지만

콧구멍 속에

보이는 흰털은 이게 뭔가.

 

듬성듬성 보이는

흰 수염은 익숙해져 가지만

귓불에 난

한가닥 흰털은 진짜 뭔가.

 

딱히 노력도 안 하면서

늙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기심이기에

그러려니 하려 했지만

허여멀건한 당신을

맞이하기엔 

아직 내 마음이 여리오.

 

조금만 더 기다려주소.

내후년에 보소.

 

뽑아도 아프지 않은

흰털을 뽑아 후 날려분다.

 

 

 

▷시를 쓰게 된 계기

머리카락에 흰머리가 생기는 건 세월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뜬금없이 보이는 흰털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깜짝 놀라 뽑아버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 여지없이 나타나는 흰털.

 

슬프다. 아직은 보고 싶지 않다. 아직은 조금 더 지금 이 순간을 잡아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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