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윤동주 - 쉽게 씌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쳔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써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시에 대한 생각

아주 유명한 윤동주 님의 쉽게 쓰인 시다. 시인이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유학하며 쓴 시로 식민지 현실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하는 고뇌와 자기 성찰이 담겨있다. 시를 보면 시대상황을 비판하지만 이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는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무척이나 괴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이런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자기반성을 거쳐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고 하는 다짐 같은 게 느껴진다.

 

부당한 일을 목격하고도 입을 다물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면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살면서 누구나 그런 상황 들어 맞이한다. 나도 여러 번 경험했기에 공감이 가는 시이다. 대부분은 윤동주 시인처럼 저렇게 내적갈등만 일으킬 뿐 실질적으로 현재의 상황에 반기를 들고 헤쳐나가는 사람은 정말 흔치 않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의인이며 영웅이라고 칭한다.

 

저 시를 보다가 이번에 봤던 뮤지컬 영화 '영웅'이 생각났다. 안중근의사는 도대체 어떤 마음가짐과 결단과 각오를 했기에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수 있었을까? 새삼 감탄이 자아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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