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백 원만."
어린 시절 나의 구세주
언제나 웃으면서 건네주시던 따스한 손
백 원 하나에 세상 다 가진듯한 웃음 지으며
문방구로 달려가
50원은 설탕뽑기, 50원은 짱깨뽀게임
짱! 깨! 뽀! 졌다.
"할머니, 만원만."
학창 시절에도 나의 구세주
일주일 용돈 받아 일찌감치 다 쓰고
항상 손 벌리는 곳은 할머니손
"할머니. 괜찮나?"
무릎이 아파 걷는 걸 힘들어하시던 할머니
이제 자주 볼 수 없는 손자대신
노인정 친구들 보러 힘든 다리 지팡이 지며
나가시던 뒷모습
그때까지도 그 뒷모습이 소중한지 몰랐다.
타지에서 직장 생활하니
변명같이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못 뵈었지만
항상 따순 손 맞잡아주며
손자 왔냐며 웃어주시던 할머니
치킨을 잘못 먹어 배 아파할 때
따순 손으로 내 배 쓰다듬으시며
"할머니손은 약손이다."
어느새 배탈이 낫기도 했고
짜증 나는 일이 있어
할머니한테 부러 성질부려도
다 받아주시고 오히려 위로해 주셨지
항상 옆에 있는 친구처럼
좋은 일엔 같이 기뻐해주고
슬픈 일 엔 위로해 주시고
당신에게 받은 빚이 많습니다
가시는 마지막 모습에
보고 싶다던 큰손자 못 보고 가시게 하고
지나고 나서야
이렇게 후회를 하고 후회를 합니다
"할머니, 가시는 길 배웅 못해 드려서 죄송해요.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또 같이 살아요. 정말 사랑합니다."
-가끔씩 할머니 생각이 나면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한 번은 꿈속에라도 나타날법한데 겁 많은 손자 혹시나 놀랠까 봐 안 오시는 것 같다. 직장 그만두고 여러 가지 일로 너무 많이 힘들 때 군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시험 당일날 사랑니가 너무 아파서 치과 갔다가 시험 치러 갔는데 이가 너무 아파서 시험도 제대로 못 봤다. 그리고 시험 치고 나오는 길에 아버지가 전화 오셨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나 시험 때문에 이제 이야기한다고 말씀하시더라. 그 많은 사람들이 보는 길가에서 덩치 큰 아저씨 같은 사람이 펑펑 울었다. 내가 암만 힘들고 괴로워도 그전에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한 번은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했는데... 그 후회가 너무 많이 된다. 그동안 받은 무한한 사랑이 너무 죄스럽고 스스로 용납이 안된다. 그래서 할머니 생각만 나면 눈물이 난다. 아직도 그립고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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