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한용운 - 님의 침묵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리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시의 배경

 독립운동가 시인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대표작품이다. 님의 침묵은 1926년 발간된 [님의 침묵]의 서시이자 표지시다. 산문적 율격을 지닌 자유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표적인 항일시이기도 하다. 시가 쓰인 시대는 일제강점기시대로 직접적으로 시를 쓸 수 없었기에 은유적인 표현을 썼다고 보면 된다.

 

▷시 감상평

 시대적 배경의 감상평이 아니라 시 자체의 감상평을 써보려고 한다.

 잃어버린 사랑과 이별의 고통을 아름답고 가슴 아프게 묘사되어 있다. 푸른 산의 빛과 단풍나무 숲의 이미지는 화자의 비탄과 상실감과 뚜렷하게 대조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불러일으킨다. 전반적으로 시는 사랑과 비탄의 보편적인 경험을 강력하게 환기시키는 방식으로 포착했기에 매우 감동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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