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정지용 - 향수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숲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1. 시 소개

정지용 시인이 일본에서 공부할 때 고향을 그리워하면 지은 시라고 한다.;시인은 고향의 그리움을 시각과 청각, 촉각, 공감각과 같이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이용해 시를 썼기에 생생함이 시에 살아있다. 그리고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를 후렴구로 사용함으로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강조되고 있다.

 

2. 감상평

개인적으로 나에겐 시보다도 노래가 더 익숙하다.어릴때 향수라는 노래를 워낙 많이 듣고 불러봤기 때문에, 시를 읽으니 자연스럽게 노래가 나온다. 그리고 노래가 워낙에 좋은 것도 한몫했으리라. 오랜만에 유튜브에 찾아서 들었는데, 너무나도 감동이다.

 

나는 고향이 진주다.지금은 타지에 떠나와 산지 10년도 더 지났다. 일 년에 몇 번 가지도 않지만 그래도 진주에 들리면 고향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그 자체로 편하다. 가는 곳마다 어릴 때의 추억과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 많아서일까? 그래서 우리에겐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게 참 든든하기도 하다.

 

 

 

*다음 포스팅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시 감상]김춘수 -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

gnine83.tistory.com

'기성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감상]이육사 - 절정  (7) 2023.07.11
[시 감상]주요한 - 빗소리  (7) 2023.07.04
[시 감상]김춘수 - 꽃  (10) 2023.06.22
[시 감상]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7) 2023.06.12
[시 감상]윤선도 - 오우가  (7) 2023.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