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도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1. 구성
4연 16행의 자유시.
각 연을 모두 4행으로 통일하여 형식적인 안정감을 보여주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2. 내용
비 오는 밤의 감정을 노래한 시.
일반적으로 비라고 하면 떠오르는 어둡고 슬픈 감정과는 다른 비를 통해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살렸다. 아마도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는 화자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당시의 시와는 달리 희망적인 시를 썼다는 것은 관념성과 퇴폐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3. 개인적인 감상
나의 창작시들을 보면 알지만 나는 시를 상당히 좋아한다. 그리고 나에게 비는 추억이다.
많은 시들을 보면 알지만 대체적으로 비는 어두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도구이지만, 이 시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다. 비는 병아리고, 비는 따뜻함이고, 비는 다정한 손님이며, 비는 기쁜 소식이다.
그래서일까? 시를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몽글몽글하고 잔잔해지는 마음으로 동화가 되어간다. 그렇기에 더 이상 시를 분석할 필요도 없다. 너무 좋은 시다.
*다음 포스팅을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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