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한용운 - 알 수 없어요

시 소개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설명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는 1926년에 간행된 시집 '님의 침묵'에 수록된 시다.

 

이 시는 자연 현상을 통해 나타나는 절대적인 존재를 탐구하고, 그 존재를 향한 구도 정신을 노래한 작품이며, 자연 현상을 통해 절대적인 존재를 인식하고, 그 존재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오동잎, 검은 구름, 푸른 하늘, 향기, 시내, 새 등의 자연 현상을 통해 '님'의 존재를 형상화하고 있다.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며,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있어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게 이 시의 특징이기도 하다.

 

시 감상

이 시는 반복적인 구문과 사설적인 율격을 가지고 이를 옹해서 의미들을 심화시키는 기법을 사용했다. 각 행마다 주제는 모두 자연현상이다. 그 자연현상에 대해서 의문형으로 끝을 냈다는 것에서 스스로 결론을 낼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이 강하게 풍겨 나온다.

 

그렇다면 그 절대적인 존재에게 화자는 무엇을 바라는 걸까? 모든 행에서 의문형으로 끝을 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자는 묻고 있다. 이 물음에 절대적인 존재가 대답해 줄리는 만무하고 시를 읽은 우리가 대답을 해줘야 한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나만의 해석일 뿐이다.)

 

우리가 오동잎이 어떻고, 구름이 어떻고, 하늘이 어떻고, 향기가 어떻고 그런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하늘에 펼쳐진 저녁놀이 누구의 것인지는 궁금하지도 않다. 당신의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어 누구의 밤을 지킬지는 타인에게 묻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봤을 때 지극히 할일없이 방구석에서 앉아서 게임만 하던 폐인이 어느 날 거울을 봤는데 스스로의 모습에 깜짝 놀라서 하늘을 보면서 자책하는 그런 모습이 그려지는데, 정신 차려라.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현생을 살아가라. 그럼 자연스레 당신이 가지던 궁금증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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