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개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 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쩌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조수잔을
돌리면 돌리면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설명
노동의 새벽은 박노해 시인의 첫 시집으로, 1984년에 출간되다. 이 시집은 당시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이 시집의 대표적인 시 중 하나인 노동의 새벽은 전쟁 같은 노동을 마치고 난 후의 고통과 절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는 노동자들의 삶과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노동의 새벽은 1980년대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노동자들의 권리와 인권을 존중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대한민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시 감상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지난 내 직장생활이 떠올랐다. 주간과 야간을 오가며 바쁠 때는 한 달에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수많은 담배와 커피에 의지하며 일했던 나의 모습이...
첫 소절에 전쟁 같은 밤일이라는 구절에서 꽂히듯이 몰입이 되었는데, 시의 화자는 무엇으로 그 시간들을 견뎌냈을까? 나는 전쟁 같은 직장생활을 8년이나 하면서 번아웃이 왔고,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도 버텼다. 8년이나... 나는 개인시간조차 여유가 있지 않던 힘든 삶 속에서 사람구실을 해주는 돈을 벌었다는 것과 센터를 운영하고 사람들을 조율하고 차량을 배차하면서 문제없이 일을 시간 안에 끝낸다는 보람과 재미로 버텼었던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피곤한 몸을 자리에 눕기에 바빴고, 혹시라고 휴일이 생겨 쉬는 날에는 하루종일 자기만 바빴던 기억이 난다. 주변을 챙길 시간도 여유도 생각도 없이 바보같이 지난 젊은 날을 일만 하면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물어보고 싶다. "소주를 저렇게 들이켤 수 있다는 건 아직 여유가 있는 거 아니요? 아직 덜 힘드신가 보오."
그래도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다르다는 걸 알기에 힘내라는 말은 해주고 싶다. 그떄의 나에게 고생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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