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개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설명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은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통해, 꽃게의 죽음과 그 과정에서의 모성애를 그려낸 시이다. 이 시는 꽃게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주며, 꽃게의 모성애를 통해 가족과 사랑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다. 2008년 출간된 안도현 시인의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에 이 시가 담겨 있으며, 안도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이며, 시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스며드는 것'의 시를 알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한 시이다.
시 감상
이 시는 눈물부터 울컥 난다. 엄마 생각이 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쩜 이렇게 꽃게를 통해서 모성애를 아름답게 표현했는지 감탄이 쏟아진다. 우리가 간장게장을 담글때 죽은 게를 담그지 않는다. 살아있는 게에 간장을 쏟아부어서 삭힌다. 그렇다면 뱃속에 알을 가지고 있는 꽃게는 어떻게 반응할까? 간장에 몸에 닿고 그걸 넘어서 채워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꽃게는 뱃속에 알들을 지키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럼 더욱 몸을 웅크리고 밑으로 내려가려 할 테다.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겠지만...
하지만 결국엔 어쩔수 없음을 인지하고 어미 꽃게가 나지막이 속삭이듯 알들에게 말을 한 것이다. 혹시나 놀란 자식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듯이... 저녁이라고, 불 끄고 잘 시간이라고...
이 정도의 시는 쉽게 쓸수도 없고, 어렵게 쓴다고 나올 수도 없는 최고의 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의 종류의 시가 있지만 해당 시는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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