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개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청춘이라는
설명
심보선 시인의 시 '청춘'은 그의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는 청춘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자학하는 모습, 아버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 사랑과 이별을 겪는 모습,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모습,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청춘이 겪는 혼란과 불안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이 시는 청춘을 '꽃 피는 푸르른 봄'이라고 표현하며, 그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청춘이 비록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 속에서도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심보선 시인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 감상
개인적으로는 이런 유형의 시를 좋아하진 않는다. 자유시는 형식이 따로 없고 마음대로 쓸 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지렁이가 길게 늘어지는 것처럼 문장을 구성하면 보는 입장에서 너무 답답하다. 그래도 나도 저렇게 시를 써본 적이 많기에 이해는 한다. 아마도 쓰는 입장에 답답하고 혼란스러우니 저렇게 쓰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이것이 청춘이라는 것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고...
청춘은 언제일까? 대체적으로 생각하기에 10대 후반에서 늦어도 20대 후반까지를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청춘이 지났다고 생각하면 우리네 남은 인생이 안타깝지 않은가? 몸이 늙어도 마음만은 늙지 말기를... 지금 이 순간, 매일, 한 달, 일 년을 청춘으로 산다는 심정으로, 뛰지 않는 가슴을 억지로 뛰게 해서라도... 그렇게 혼란스럽고 답답하더라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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