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상]황지우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시 소개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죽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기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설명

황지우 시인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1983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군사정권 시절의 억압적인 현실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시이다. 이 시는 영화관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일어나는 일을 묘사하고 있으며, 화자는 애국가를 들으며 새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과 달리 억압적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화자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억압된 현실 속에서 화자가 느끼는 좌절과 무력감을 표현하고,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시 감상

시의 전반적인 흐름은 자연의 풍경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님을 시를 읽어가다 보면 알게 된다.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염원에 담겨있다는 것을...

 

내가 느끼기에는 현실에 대한 아주 냉철한 시선과 더불어서 억압된 현실 속에서 자유를 미치도록 갈망 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자체를 생생하게 그려낸 것이 느껴진다. 이는 아마도 내가 군사정권 시절을 겪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속이 뜨겁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인의 필력이 한몫했으리라.

 

학창 시절에는 자주 불렀던 애국가가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면서 제대로 불러본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가끔씩 애국가가 들려오면 뭔가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용솟음치는 건 이런저런 사연과 생각들이 담겨있어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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