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개
풀이 눕는다
비를 몰고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설명
김수영 시인이 남긴 마지막 시로 알려져 있다. 이 시는 참여 시로 상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암울한 시대 현실의 상황 속에서도 나타나는 민중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으며 대립적 구조와 상징적인 시어로 시상을 전개해 나가고 평이한 시어와 단순한 형태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에서 풀은 민중들의 생명력과 저항정신을 나타내고 있으며 결국 시인은 민중들이 그런 힘을 가지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시 감상
난 풀이라는 시를 통해서 시민의식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무전술의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감독선임과정이 아주 잘못되어 그들을 잘라야 한다는 여론이라는 비바람에 풀은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클린스만 잘라 잘라! 정몽규 아웃아웃!"을 외치다가 갑자기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 기사가 뜨면서 타깃이 또다시 이강인에게 번져 죽일 듯이 까는 모습이 꼭 언론은 비바람이요, 시민들은 풀 같다.
아주 말도 안 되는 가십에도 움찔하면서 미리 눕고 미리 일어나고 미리 웃고 우는 우리네 시민의식. 풀이 아니라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대나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비바람에 눕나, 부러져서 눕나 누워있는 건 똑같지만 그 과정은 아주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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