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개
눈은 살아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설명
김수영 시인의 눈은 순결함과 살아있음을 말하고 있는 시로, 현실의 더러움을 정화하고 순수한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화자의 소망과 의지가 표출되어 있다.
1연에서 눈이 살아 있다고 표현하며, 2연에서는 기침을 통해 가래를 뱉어내는 행위를 통해 자기 정화를 이루고 순수한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으며, 3연에서는 눈과 가래를 대비시켰고, 4연에서는 기침을 하여 가래를 뱉는 행위를 통해 자기 정화를 이루고 순수한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대립적 구조인 눈과 기침을 통해 현실에 대한 부끄러움과 반성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순수한 삶과 자유를 추구하고자 다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시 감상
사실 내가 봤을 때는 이 시는 2연에서 끝을 내도 되는 시다. 근데 3연과 4연은 구태어 한번 더 반복적으로 썼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1연과 2연과 거의 흡사하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굳이 똑같은 말을 한번 더 하는 걸까?
눈은 살아있다는 말고 기침을 하자라는 이 두 문장을 한번 더 말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간절함이 보인다. 여기에서 눈은 작가가 원하는 이상향이라고 보고, 기침은 작가가 원치 않는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탈출이라고 본다면 이해가 간다.
단순히 반성을 하고 삶은 돌아보고 순수한 삶의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시는 작가의 선언문과도 같다. 정말로 기침을 할 것이고 지금의 현실을 탈피를 하고 자신의 원하는 궁극적인 삶의 도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불필요해 보이지만 한번 더 반복적으로 4연까지 시를 써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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