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개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림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설명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는 4월 혁명과 동학농민운동의 순수한 정신을 기리고,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통일을 염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참여 시이다. 이 시는 '껍데기'와 '알맹이'라는 대조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부정적인 세력과 순수한 정신을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껍데기'는 허위와 가식, 외세와 무력 등을 상징하고, '알맹이'는 순수한 민족의 정신과 역사적 진..
시 소개 눈은 살아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설명 김수영 시인의 눈은 순결함과 살아있음을 말하고 있는 시로, 현실의 더러움을 정화하고 순수한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화자의 소망과 의지가 표출되어 있다. 1연에서 눈이 살아 있다고 표현하며, 2연에서는 기침을 통해 가래를 뱉어내는 행위를 통해 자기 정화를 이루고 순수한 삶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으며, 3..
시 소개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설명 청포도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현실을 갈망하며, 조국 광복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 시다.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뻑 적셔도 좋으련'이라는 구절을 통해, 손님은 조국의 광복을 의미하며, 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에 그 손님을 맞이하고 싶다는..
시 소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 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설명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은 1930년 김영랑과 박용철 등이 함께 창간한 시문학 2호에 '내 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 우에'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 되었다. 이 시는 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으며 돌담에 비치는 햇살과 풀 아래에서 흐르는 샘물을 통해 봄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시어의 반복을 통해 음악적인 효과를 주고 있으며, 부드럽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시 감상 나의 개인적인 시 감상을 늘어놓아보겠다. 이 시의 화자는 결국에 하..
시 소개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직이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설명 박목월의 '윤사월'은 박목월의 시집인 '청록집'에 수록된 대표시다. 이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으로, 송화가루가 날리는 외딴 봉우리에 해가 길고 꾀꼬리가 우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눈먼 처녀가 문설주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는 모습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담아내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토속적인 어휘와 간결한 문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 감상 시가 굉장히 짧다. 4연으로 구성이 되었지만, 각 행자체가 워낙에 짧은 호흡으로 맺음을 했기에 감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함..
시 소개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설명 한용운의 '알 수..
시 소개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설명 윤동주의 편지는 1936년에 창작된 시다. 해당 시는 윤동주의 어린 시절에 죽은 누님을 그리워하며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편지의 내용은 겨울에 내리는 눈을 보면서 눈이 오지 않는 누님을 떠올리며, 편지를 통해서라도 눈을 담아서 보내주고 싶은 화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편지라는 시는 윤동주의 감수성과 그리움이 잘 표현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자극시킨다. 시 감상 남매간의 우애가 얼마나 깊었는지 짧은 시임에도 불구하고 고스란히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시에서 눈은 항상 차가움, 시련, 고통, 고난 등을 대표하..
시 소개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설명 김소월의 산유화는 1924년 10월 '영대' 3호에 발표된 시다. 그리고 1925년 간행된 본인의 시집 '진달래꽃'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꽃이 피고 지는 평범한 자연 현상을 통해서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고독감을 형상화했다. 1 연부터 3연까지는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줬고, 4 연부터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는 작은 새를 등장시킴으로써 새의 고독함을 강조한다. 간결한 언어와 반복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함과는 반대로 화자의 고독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