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개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설명 윤동주의 십자가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항일 저항의 의지와 희생을 통한 구원을 담고 있다. 그리고 십자가는 종교적 의미보다는 조국 광복을 위한 고귀한 희생의 의미가 있다. 각 연 풀이 주제 1연 자신의 목표와 이상이 교회당 꼭대기에 걸려있다고 말한다. 이는 현실을 제시하고 있다. 2연 삶의 목표와 시적 화자의 괴리감이 보인다. 고뇌와 방황이 옅보인다. 3연 혼자서 서성거리면..
시 소개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설명 김소월의 초혼은 한국의 전통적인 연례의 한 절차인 '고복의식'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서러움, 안타까움 그리고 고통 등을 드러..
시 소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배경 ..
시 소개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시 내용 한국의 전통 춤인 승무를 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승희 무용가님의 승무를 보고 시를 지었다. 이 시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
시 소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바라본다. 작가소개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알려져 있는 시인이다. 친일 문화 단체인 조선 문인 협회에 가입했고 당시 태평양 전쟁을 찬양하여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선동하는 시를 발표하고, 다수의 친일 시를 발표해서 선동했다. 그녀가 아주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일화가 있는데, 시집 '창변'을 발표하고 성대한 기념회를 열어 시집에 친일시 9편을 수록하였는데, 광복이 되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친일시 9편을 제거하고 계속 출판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슴'이라는 시는 사슴의..
▷시 소개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감상평 외롭다. 짧은 문장구성의 연속이지만, 툭툭 내 던지듯이 뱉어지는 그 속에서 사무치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나그네 자체가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방랑자 같은 느낌인 데다가, 거기에 그가 왜 나그네가 되었는지 알 수 있을듯한 외줄기 길... 삼백리나 되는 남도... 술 익는 마을에 따뜻한 저녁놀을 지는 곳에서 잠시나마 고향의 따뜻함을 느꼈지만, 그는 또 길을 떠난다.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떠난다. 슬프다...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나그네에 불과하다... 하지만, 너에게만은 그러고 싶지 않다. 떠나고 싶지 않다... 나..
1. 시 소개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거물도 가락닢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 늙은이도 더불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력사가 있다 2. 감상평 시를 읽다보면 여기서의 모닥불은 우리가 아는 캠프파이어의 이쁜 그런 모닥불이 아니다. 별의별 손에 집히는 것은 전부 넣어서 어떻게든 태워보려고 하는 모닥불이다. 그리고 반복과 열거를 쓰고 있지만 그 흔한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 쓰지 않았다. 급박한 심정을 대신 한것이 아니었으..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시 소개 백석 시인이 1938년에 발표한 시다. 이 시는 현실을 초월하고, 사랑에 대한 의지 그리고 소망을 노래한 작품이다. 나타샤라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