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1. 시 소개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주제 : 극한 상황에서 초월적 인식을 통한 극복 - 특징 : 역설적 표현을 통해 주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했고, 강렬한 상징어와 남성적 어조로 강인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시제를 사용해서 긴박감이 넘치는 대결 의식을 드러내 보인다. 2. 해석 일제강점기 때 화자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더 몰입이 된다. 매운 계절, 북방, 서릿발 칼날진 그위, 한발 재겨 디딜곳조차 없는 곳, 겨울이라는 것은 전부 일제에 지배하에 있..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도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1. 구성 4연 16행의 자유시. 각 연을 모두 4행으로 통일하여 형식적인 안정감을 보여주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2. 내용 비 오는 밤의 감정을 노래한 시. 일반적으로 비라고 하면 떠오르는 어둡고 슬픈 감정과는 다른 비를 통해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살렸다. 아마도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는 화자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라 볼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숲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개인적인 해석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왜? 사는가?'에 대한 물음도 가끔 한다. 이 물음의 대답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고 나만 내릴 수 있는 것이기에 어떨 땐 불안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더 답을 내리기 어렵고 힘들다. 단 한사람에게만이라도..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잘길 테요 오월 어느 날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늘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인 소개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다. 본명은 윤식.'시 문학' 등인으로 참여했으며, 잘 다듬어진 언어로 한국적 정서를 담은 서정시를 발표하여 순수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사람이다. 일제 치하의 제한된 공간의식과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새나라 건설의 대열에 참여하려는 강한 의욕으로 충만된..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빛 좋다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많노매라 깨끗하고도 그칠 이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이 피고 추우면 잎지거 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 구천에 뿌리 곧은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느냐 저렇게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에 광명이 너만 한 것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시인 소개 고산 윤선도는 조선조때 문신이며 시조작가이다. 정철, 박인로와 더불어 조선시대 3대 시가인으로 꼽히는 문인이다. 그의 시 특징은 자연친..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을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랜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러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시 감상평 광야는 시인의 삶과 시대에 대한 고뇌와 의지를 노래한 시다.광활하고 적막한 광야는 화자의 삶의 고독과 쓸쓸함을,광야의 시간의 흐름은 시인의 삶의 무상함을,광야의 생명의 소리는 시인의 삶의 희망을 암시한다.시인은 자신의 삶을 통해 새로운 것을 이룩하고자 하는 의지를 로내하고,자신의 의지가후세에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