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오 가지를 마오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가려거든 가시려거든 이 언약 가져가시오 가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건만 스스로 가신건지 떠밀려 가신 건지 강을 건너버리신 님이여 언제고 기약도 없이 떠나버리셨지만 저는 끝까지 기다리겠나이다 혹시나 지치고 쓰러져 돌아오지 못하신다 해도 저는 끝까지 여기를 지키겠나이다 피골이 상접하고 넋이 나간채 다시 돌아오신 님 사리분별을 못하고 말도 잃은 채 무슨 일을 겪으셨는지, 짐작이 갑니다 네, 압니다. 무리인걸 알고 가셨다는 걸 네, 압니다. 절 위해 싸우셨다는 걸 하지만 이 분한 마음 금할 길 없어 당신을 탓해 봅니다 오늘 밤 한스런 마음 감출 수 없어 당신을 욕 해 봅니다 ▷시를 쓰게 된 계기 아...중간에 볼넷으로 밀어내기하는거 보다가 안보다가 다시 틀었더니 4..
"할머니, 백 원만." 어린 시절 나의 구세주 언제나 웃으면서 건네주시던 따스한 손 백 원 하나에 세상 다 가진듯한 웃음 지으며 문방구로 달려가 50원은 설탕뽑기, 50원은 짱깨뽀게임 짱! 깨! 뽀! 졌다. "할머니, 만원만." 학창 시절에도 나의 구세주 일주일 용돈 받아 일찌감치 다 쓰고 항상 손 벌리는 곳은 할머니손 "할머니. 괜찮나?" 무릎이 아파 걷는 걸 힘들어하시던 할머니 이제 자주 볼 수 없는 손자대신 노인정 친구들 보러 힘든 다리 지팡이 지며 나가시던 뒷모습 그때까지도 그 뒷모습이 소중한지 몰랐다. 타지에서 직장 생활하니 변명같이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못 뵈었지만 항상 따순 손 맞잡아주며 손자 왔냐며 웃어주시던 할머니 치킨을 잘못 먹어 배 아파할 때 따순 손으로 내 배 쓰다듬으시며 "할머니..
한동안 널 못 봤더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잊혀진 줄 알았어 길을 걸어가다 우연찮게 가게 속 창문너머로 보이는 너의 모습 순간 요동치는 심장을 숨긴 채 못 본 체 지나갔지만... 나도 몰래 마주쳐 버린 눈 '그날 이후로 난 늘 미안하게 지내요.' 나의 첫사랑, 정말 미안하다 잊으면 안 됐는데... 모른 척했으면 안 됐는데... 그렇게 미소 짓지 마 내가 더 미안해지잖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널 다시 안아보니 알겠더라 난 널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시를 쓰게 된 계기 부모님과 같이 살때는 김치찌개,된장찌개가 그렇게 소중한지 몰랐다.이제는 혼자 살면서 매 끼니를 내가 챙겨야하기 때문에 찌개류를 해 먹는건 사실 쉽지 않다.항상 간편식을 먼저 찾게 되니까...길을 가다가 우연찮게 보이는 김치..
아침에 가린 눈 비비며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다 신발끈 질끈 매고 탁 트힌 공기 마시며 걸어도 나의 존재조차 희미해진다 사랑? 그녀는 나에게 전부였지만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나보다 힘든 가슴 움켜지며 아무일도 아니라는듯이 애써 웃음 지어본다 하지만 아닌것이 없는것이 남는것 없이 슬프다 ▷시를 쓰게 된 계기 20년전에 세이클럽이 활성할때 글사랑이라는 클럽이 있었는데 거기서 시를 쓰며 활동했었다.그때 썼던 시중에 유일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시를 더듬거리며 썼다.저때 아마 고백했다가 차였을때의 그 감정을 시에 담았던것으로 기억한다.짝사랑이 동반할수 있는 공허함과 슬픔을 담아냈다고 생각한다.그리고 마지막 구절 '남는것 없이 슬프다'에서 현재 화자의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여러분은 ..
나왔다 들어갔다 또 나왔다 또 들어갔다 그렇게 하기를 십여차례 처음은 그렇듯 다 좋았다. 아니 황홀했다 너 없이 살수 없을것만 같았다 누구나 그렇듯 익숙함은 또 다른 공허함 공허함은 또 다른 상실감 상실감은 다시 또 익숙함 이젠 그 공허함이 싫어 널 떠나려 한다 이젠 그 상실감이 싫어 널 잊으려 한다 이젠 익숙함마저 싫어 널 버리려 한다 내 마음대로 내 마음속을 왔다갔듯이 내 의지대로 너와 헤어지려 하기에 너도 웃으면서 날 보내줄 순 없겠니? 한동안은 힘들겠지 어쩌면 예전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널 다시 찾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서로를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을께 무조건 나를 위해서 헤어지는게 맞아 어쩌면 평생 널 못 잊고 살겠지 보고싶어 미치겠지만 이번만큼은 이번만큼은....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처음 본 날 나에게 반했다던 너 사실 나도 너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빠졌었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내가 너무 힘들때 내색하지 않았지만 네가 곁에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되지도 않는 짜증 쉬도때도 없는 잔소리 마음과 다른 나쁜 말들 모두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가줘서 고맙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네가 내 삶에 들어온건 나에게 행운이었다 혼자서 버티기 힘들어 죽고 싶을 때마다 네가 있었기에 살아갈 수 있었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함께 했던 그리운 여행 함께 먹었던 즐거운 음식 함께 나눴던 따뜻한 사랑 모든 게 함께여서 고맙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혹여 먼 훗날 헤어지는 순간이 와도 웃으며 보내줄 수 있는 마음을 받았다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미안함인지 고마움인지는 모르겠..
아프다 어제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몸살에 열도 난다 혼자서 이 악물고 물수건 머리에 얹어가며 버텨본다 한계 이상의 아픔이 몰려온다 '아,이건 참을 수 있는게 아니구나.' 아픈 몸을 당기고 끌어 병원을 간다 코로나 양성 나도 이제 코로나 감염자가 되었다 온몸이 아프다 특히 다리가 너무 쑤시고 기침을 하면 가래에서 피도 섞여나온다 '나 죽는거 아닌가?' 어렸을땐 아프면 엄마가, 할머니가 보살펴주셨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순간 왈칵 눈물이 난다 아파서 우는 건 아니다 서러워서도 우는 게 아니다 작년에 작고하신 할머니 생각이 나서다 근데 정아야. 니가 물어보면 "그냥 아프니까 울지"라고 해둘께 ▷시를 쓰게 된 계기 감기 한번 잘 걸리지 않는 나인데, 하루는 너무 몸이 아픈것이다.온몸이 저리고 ..
언제부터였을까? 계기도 없고 사연도 없다 그냥 비가 오는 게 좋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 눈 앞을 꽉 채운 비내리는 풍경을 보면 그냥 너무 좋다 이유는 없다 예전에 거제바닷가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편의점에서 너와 먹던 컵라면이 생각나 나의 소원이 하나 있다면 비 오는 날 너와 함께 우중캠핑을 가는것 나의 바람이 하나 있다면 너와 함께 드라이빙한 후 차 안에서 빗소리 들으며 커피 한잔 하는 것 네가 좋다 이유는 없다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그냥 좋다 ▷시를 쓴 계기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린시절부터 비 오는 걸 너무 좋아했다.비가 내릴때 나는 그 특유의 땅 냄새,일정하게 들리는 빗소리 그리고 쌀쌀한 체감까지도...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냥 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